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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장볼래?

작성자 사진: 블랙툰
블랙툰
8월 17일
2분 분량

요즘 로맨스 웹툰을 보다 보면 시작부터 운명적인 만남이나 엄청난 사건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같이 장볼래?〉는 정말 별것 아닌 일상에서 관계가 시작된다는 점이 꽤 마음에 들었다.

남녀 주인공을 이어주는 것도 거창한 사건이 아니다. 마트에서 발견한 1+1 딸기다.

혼자 두 팩을 사기에는 많고, 그렇다고 할인을 포기하기는 아까운 상황. 결국 하나씩 나눠 갖게 되면서 두 사람의 묘한 인연이 시작된다.


절약이 몸에 밴 여자, 김양은

여주인공 김양은은 31세 자취생이다.

평소 직접 요리해서 먹는 걸 좋아하고 장을 볼 때도 정가 상품보다는 할인 상품이나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을 먼저 살펴본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현실적인 생활형 캐릭터다.

특히 음식이 조금 상했다고 전부 버리는 사람이 아니라, 먹을 수 있는 부분을 골라 어떻게든 활용하려는 성격이라 처음에는 ‘이 정도면 절약이 아니라 거의 생존력인데?’ 싶은 장면도 있다.

이런 생활 습관 때문에 이전 연애에서도 갈등을 겪었지만, 정작 양은은 자신의 방식이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조건 돈만 아끼는 인물은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하고, 필요한 곳에는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돈을 쓰는 편이라 보다 보면 짠순이라기보다는 자기 방식대로 생활을 꾸려가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은근히 정이 간다.


양은과 완전히 다른 타입의 우석

반대로 남주인공 우석은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니멀리스트다.

양은이 ‘버리기 아까우니까 활용한다’에 가까운 사람이라면 우석은 애초에 불필요한 것을 만들지 않는 쪽이다.

둘 다 어떻게 보면 낭비를 싫어하는 사람들이지만 방향이 조금 다르다.

그래서 처음에는 비슷해 보였던 두 사람이 장을 보고 음식을 고르는 과정에서 의외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재미있다.

특히 이 작품에서 마음에 들었던 건 두 사람 사이를 억지로 로맨틱하게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트에서 만나고, 물건을 나눠 사고, 서로 필요한 것이 맞아떨어지고….

그렇게 사소한 일이 몇 번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생활 속으로 들어간다.

연애가 시작된다기보다 어느 순간 같이 장을 보는 사이가 되어 있는 느낌이다.


생각보다 ‘장보기’가 꽤 설렌다

제목만 봤을 때는 장보기를 소재로 얼마나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이 평범한 소재가 작품의 장점이었다.

어떤 식재료를 사는지, 할인 상품을 어떻게 고르는지, 한 사람이 쓰기에는 많은 물건을 어떻게 나눌지 같은 이야기가 계속 나오다 보니 두 사람의 성격이 대사로 설명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같이 마트에 가는 행동 자체도 묘하게 생활감이 있다.

데이트 장소라고 하면 보통 카페나 식당을 떠올리는데, 여기서는 카트를 끌면서 오늘 뭐 먹을지 이야기하는 시간이 두 사람의 데이트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화려한 로맨스보다는 현실에서 정말 있을 법한 연애를 보는 재미가 있다.


양은이라는 캐릭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양은의 캐릭터가 꽤 재미있었다.

보통 로맨스 웹툰 여주인공에게서 보기 힘든 생활 습관을 아무렇지 않게 보여주는데, 그게 오히려 캐릭터를 확실하게 만들어준다.

할인 스티커가 붙은 상품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남들이 보기에는 조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아끼면서도 본인은 굉장히 당당하다.

그런 모습을 우석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이 웹툰에서 기대하게 되는 부분이다.

연애를 시작하면 결국 상대방의 멋있는 모습만 보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떻게 먹고, 사고, 버리고, 생활하는지까지 보게 되니까.

그런 의미에서 ‘장보기’를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주는 소재로 잡은 게 꽤 잘 어울린다.


잔잔한 생활 로맨스를 좋아한다면

〈같이 장볼래?〉는 처음부터 엄청난 사건이 터지거나 강한 갈등으로 독자를 끌어당기는 작품과는 조금 다르다.

대신 소소한 대화나 행동에서 ‘어? 둘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데?’ 싶은 순간을 찾는 재미가 있다.

특히 자취를 오래 해본 사람이라면 할인 시간에 맞춰 장을 보거나, 1+1 상품 앞에서 잠깐 고민하거나, 식재료를 남기지 않으려고 메뉴를 정했던 경험 때문에 더 공감할 만한 부분도 많다.

마트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디까지 발전할지 지켜보는 맛이 있는 생활 밀착형 로맨스 웹툰.

자극적인 전개보다는 천천히 가까워지는 성인 남녀의 일상 로맨스를 좋아한다면 가볍게 보기 좋은 작품이다.


같이 장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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