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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지마

작성자 사진: 블랙툰
블랙툰
8월 24일
3분 분량

여름에 보기 좋은 스릴러 웹툰

여름이 되면 이상하게 스릴러물이 당긴다.

밖은 푹푹 찌는데 에어컨을 켜놓고 서늘한 분위기의 영화나 웹툰을 보고 있으면 그 나름대로 여름을 즐기는 기분이 든다. 겨울에 보면 그냥 무서울 장면도 한여름 밤에 보면 괜히 한 번 더 뒤를 돌아보게 되는 것도 있고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여름에 가볍게 시작했다가 생각보다 긴장감 있게 보게 된 스릴러 웹툰 〈숨쉬지마〉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제목만 보면 처음에는 잠수나 밀폐된 공간을 다루는 작품인가 싶었는데, 내용을 알고 보면 이 제목이 상당히 직관적이다.

이 작품에서는 정말로 숨을 쉬는 것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도망갈 곳이 없는 크루즈

주인공 수영은 불의의 사고 이후 자신의 꿈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런 수영이 여동생 희수와 함께 크루즈 여행을 떠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행이라고 하면 보통 새로운 시작이나 휴식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 작품의 크루즈는 정반대다.

배 안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 현상이 벌어지고 사람들이 괴물로 변하기 시작하면서 평화로운 여행은 순식간에 생존게임으로 바뀐다.

개인적으로 이 설정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배경을 크루즈로 잡았다는 점이었다.

학교나 아파트가 배경인 재난물이라면 일단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것이 하나의 목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크루즈는 다르다.

밖으로 나가 봐야 바다다.

육지로 도망칠 수도 없고, 다른 동네로 이동할 수도 없다. 결국 괴물이 돌아다니는 배 안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상당히 답답하고 고립된 느낌이 강하게 들어온다.


이 웹툰의 핵심은 '괴물이 무섭다'가 아니다

〈숨쉬지마〉에 등장하는 괴물은 흔히 보는 좀비와는 조금 다르다.

사람의 몸에서 기괴한 촉수가 뻗어나오고, 그 끝에 머리가 붙어 있는 상당히 독특한 모습이다.

그런데 외형보다 훨씬 흥미로웠던 건 괴물이 사람을 찾는 방식이다.

이 괴물들은 주변을 제대로 보거나 소리를 듣고 사냥감을 쫓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호흡할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감지한다.

그러니까 눈앞에 괴물이 있어도 숨을 참고 있다면 들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바로 여기서 제목인 〈숨쉬지마〉가 제대로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보통 괴물에게 들키지 않는 장면이라면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거나 숨어 있어야 한다는 식인데, 이 작품에서는 그것보다 훨씬 기본적인 인간의 행동인 호흡을 참아야 한다.

독자로서는 별것 아닌 설정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막상 장면으로 들어가면 꽤 긴장감이 있다.

'조금만 더 참아.'

'지금 숨 쉬면 안 되는데.'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 보고 있는 사람까지 괜히 숨을 짧게 쉬게 되는 느낌이 있다.

단순하지만 스릴러 장치로는 꽤 효과적이다.


액션보다 긴장감을 좋아한다면 잘 맞을 듯

〈숨쉬지마〉의 재미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괴물이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공포'보다 '눈앞에 괴물이 있는데 숨을 쉬면 안 되는 상황의 긴장감'​에 가깝다.

그리고 크루즈라는 폐쇄된 장소가 그 긴장감을 꽤 잘 살려준다.

도망쳐도 결국 같은 배 안이고, 좁은 통로나 객실에서는 괴물을 마주쳤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방법도 많지 않다.

여기에 머리를 수집하는 기괴한 괴물 디자인까지 더해지면서 비주얼적인 공포도 확실한 편이다.


물론 잔인한 장면이 불편해한다면 호불호는 있을 수 있다. 반대로 크리처물이나 좀비물, 폐쇄공간 생존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꽤 쉽게 빠져들 만한 소재다.

특히 괴물에게 물리면 바로 좀비가 된다는 익숙한 공식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호흡을 감지하는 괴물, ​머리를 빼앗는 습성, ​별도로 존재하는 듯한 감염 과정을 만들어 놓았다는 점은 확실히 이 작품만의 색깔이다.


여름밤에 보기 꽤 괜찮은 생존 스릴러

처음에는 상당히 단순한 제목처럼 보이는데 작품을 조금만 읽어보면 이보다 내용을 잘 표현하는 제목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라면 당연하게 하는 행동인 '숨쉬기'를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로 바꿔놓았다는 발상도 재미있고, 크루즈라는 한정된 공간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무엇보다 괴물이 무섭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가까이 있는데도 숨만 참으면 지나갈 수도 있다는 규칙이 생기면서 매번 다른 방식의 긴장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한여름에는 역시 이런 스릴러 한 편 정도는 봐줘야 제맛이다.

시원한 방에서 편하게 웹툰을 보고 있는데 화면 속 등장인물들은 숨 한번 제대로 못 쉬고 있는 묘한 대비까지 생각하면 더 그렇다.

크리처물, 재난 생존물, 폐쇄공간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숨쉬지마〉는 한 번 읽어볼 만한 작품이다.

다만 읽다가 나도 모르게 숨을 참고 있었다면 정상이다.

아마 이 작품이 노린 게 바로 그 느낌일 테니까.


숨쉬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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