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인간의 식탁 리뷰

작성자 사진: 블랙툰
블랙툰
6일 전
2분 분량

해상 원전에서 시작된 생존과 시간의 공포

인간의 식탁은 처음부터 꽤 강한 이미지를 던지는 웹툰이다.

망망대해 한가운데 떠 있는 해상 원자력 발전소, 갑작스러운 폭발, 끊어진 통신, 그리고 사람을 잡아먹는 정체불명의 거인.

초반만 놓고 보면 전형적인 폐쇄공간 생존 스릴러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작품은 생각보다 훨씬 큰 세계를 꺼내놓는다.


바다 위 원전이라는 공간 자체가 무섭다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무대 설정이다.

도망치고 싶어도 주변은 바다이고, 내부에서는 시설이 무너지고 있으며, 외부와 연락할 방법도 없다. 여기에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괴물까지 돌아다닌다.

육지의 폐건물이나 지하 시설과는 또 다른 답답함이 있다.

특히 원자력 발전소라는 공간은 평소에도 위험하다는 이미지가 강한데, 그곳이 서서히 침몰하기 시작하면서 단순한 괴물 추격전 이상의 압박감을 만든다.

살아남으려면 괴물을 피해야 하지만, 가만히 숨어 있기만 해도 죽을 수 있다는 점이 긴장감을 계속 유지시킨다.


그런데 진짜 이야기는 괴물보다 훨씬 크다

인간의 식탁이 흥미로운 이유는 중반부터 작품의 성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처음 등장한 식인 거인은 단순한 돌연변이나 실험체가 아니다.

크로노스가 연구하던 웜홀과 시간 이동, 그리고 미래에서 넘어온 생체병기 젤롯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인 SF 영역으로 들어간다.

여기에 미래의 에너지를 현재로 끌어다 쓰는 '시간약탈'이라는 설정까지 붙는다.

처음에는 한정된 공간에서 누가 살아남느냐가 중요했다면, 이후에는 왜 이런 괴물이 나타났는지, 누가 이 사태를 만들었는지, 미래를 바꿀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장르 전환이 꽤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더 강한 괴물을 계속 등장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초반의 사건 자체를 거대한 시간 구조 속에 다시 넣어버린다.

결국 가장 무서운 것은 젤롯만이 아니다

작품을 보다 보면 괴물보다 인간 쪽이 더 불편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많다.

크로노스는 미래 기술과 막대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위험한 연구를 이어가고, 문제가 생긴 뒤에도 사람의 생명보다 조직의 책임과 이해관계를 먼저 생각한다.

발전소 내부에서는 노동자와 회사 측의 갈등까지 폭발한다.

괴물에게 잡아먹힐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인간끼리 싸움을 멈추지 못한다는 점이 꽤 씁쓸하다.

그래서 제목인 인간의 식탁도 재미있게 느껴졌다.

표면적으로는 인간이 괴물의 먹이가 되는 모습을 뜻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인간 역시 미래와 자원을 끊임없이 소비해 온 존재라는 의미까지 생각하게 만든다.


생존물에서 SF 미스터리로 넘어가는 작품

이 웹툰은 초반과 후반의 재미가 조금 다르다.

처음에는 폐쇄된 해상 원전에서 살아남는 긴박한 생존극이 중심이고, 이후에는 웜홀과 시간 이동, 미래의 크로노스와 젤롯의 정체를 추적하는 SF 미스터리가 중심이 된다.

그래서 단순한 괴수물을 기대했다면 생각보다 설정이 많다고 느낄 수도 있다.

반대로 괴물, 재난, 타임루프나 시간 이동 같은 소재를 함께 좋아한다면 꽤 흥미롭게 볼 만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처음에 던져 놓은 '사람을 잡아먹는 거인'이라는 소재를 단순한 공포 장치로 소비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세계관 전체와 연결해 나가는 방식이 인간의 식탁만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느꼈다.


인간의 식탁

bottom of page